예전의 선거는 일명 '막걸리 선거'로 불리는 불법행위가 만연했었다. 하지만 성숙해진 시민의식과 함께‘막걸리 선거’라는 말은 역사속으로 사라진지 오래다. 최근 실시된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도 깨끗한 선거문화가 정착되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3월 11일은 최초로 전국 농·수·축협 및 산림조합의 조합장을 선출하는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 선거일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치러지는 조합장선거도 깨끗한 선거가 될 수 있을까?

과거부터 조합장선거는 돈 선거로 유명하다. 어떤 지역은 조합원들에게 수억 원을 뿌린 후보가 당선되고 그보다 적게 쓴 후보는 낙선했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들린다. 그리고 조합원 중에서도 돈 봉투를 받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은 선거후에 고스란히 조합 전체의 몫으로 남아서 또 다른 비리의 씨앗이 되곤 한다.

선거법 위반행위와 용의자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
조합장선거에서 금품수수가 만연하는 이유를 게임이론 중 용의자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로 설명할 수 있다. 용의자의 딜레마 게임에서 용의자들은 다음과 같은 제안을 받는다.

"만약 묵비권을 행사한다면 형량이 1년으로 결정된다. 하지만 범행을 자백한다면 당신은 석방해 주고, 대신 묵비권을 행사한 다른 용의자는 가중처벌로 10년형을 받게 하겠다. 만약 둘 다 자백한다면 정상을 참작하여 각각 5년형을 받게 될 것이다."

이 게임에서 용의자는 상대방의 선택에 상관없이 자백을 하는 쪽이 이익이므로 합리적인 판단에 의해 자백을 택한다.

즉 이 게임에서 우월전략균형(dominant strategy equilibrium)은 두 용의자가 모두 배신을 하는 것이 된다. 따라서 결과는 둘 모두 5년을 복역하는 것이고, 이는 두 용의자가 묵비권을 행사하여 6개월을 복역하는 것보다 나쁜 결과가 된다.

이처럼 두 사람이 각자 합리적이라고 생각하고 취한 행동이 오히려 두 사람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오는 상황을 ‘용의자의 딜레마’라 한다.

이 용의자의 딜레마 게임을 조합장선거에 대입해보면, 조합장선거 후보자들과 조합원들이 깨끗한 선거를 치루겠다는 신뢰를 형성한다면 조합 전체적으로 이익이 될 것이다. 그러나 만약 이들 중 일부가 자신의 사적 이익을 위해 신뢰를 깨뜨린다면 결국 모두가 비극적인 결과를 얻을 뿐이다. 아쉽게도 지금까지의 조합장선거는 비극적인 상황이었다.

딜레마 상황의 극복 - 사회적 신뢰 형성

그렇다면 용의자의 딜레마 상황을 벗어나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즉, 조합장선거 후보자와 조합원들이 깨끗한 선거문화를 만들어 나가자는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후보자들은 돈 선거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조합과 지역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리더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또한 조합원들도 과거 관행처럼 이루어진 금품수수의 유혹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조합의 발전을 위한 후보자를 선택함으로써 더욱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다음으로 신뢰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장치로써 신뢰를 깨뜨렸을 때 얻을 수 있는 사적이익을 축소하거나 오히려 손해를 보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선거법 위반행위자에 대해 강력하게 처벌하고, 금품·음식물 등을 제공받은 경우에도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패널티를 부과하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돈 선거’의 추방은 선관위 등 관계기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조합장선거는 다른 공직선거와 달리 지연, 혈연 등으로 오랫동안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왔기 때문에 불법행위가 쉽게 노출되지 않는다. 따라서 조합원과 지역주민의 감시와 적극적인 제보가 필수적이다.

첫 단추를 잘 꿰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사상 최초로 실시하는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깨끗하고 아름답게 만든다면 우리의 선거문화는 한 단계 성숙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부산강서구선관위 옥은상 홍보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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