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시 능동 나래울종합사회복지관 1층 로비에 봄이 활짝 피었다. 빨강·주황·노랑 등 화려한 색을 마음껏 뽐내는 꽃들 위로 나비와 벌들이 살포시 앉았다. 뇌병변장애인 사진작가 박스데반 씨의 첫번째 사진전시회다.

태어나서 얼마 후 고열로 뇌병변장애를 갖게 된 박 작가는 10대를 넘어서면서 '한 번 시선이 지나치면 금방 잊혀질 풍경이 아쉬워' 주변을 카메라 렌즈에 담기 시작했다. 그동안 박 작가는 2021년 경기도장애인사진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고 한국장애인예술인협회 사진작가로 등록했다. 전시회를 열고 싶다는 생각은 10여 년 전부터 해왔으나 기회는 쉽지 않았다.

"여기 있는 33점의 작품을 고르기 위해 그동안 찍었던 2만5천점의 사진들을 다시 들여다보고 살펴봤다. 수많은 찰나 속에서 또 선연히 기억나는 빛나는 순간들, 어쩌면 우리네 인생도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고 소개하는 박스데반 작가의 목소리는 떨렸고 얼굴은 상기되었다. 박 작가는 전시회가 열리는 동안 매일 자신의 사진 앞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이날 전시회를 찾은 홍성규 화성노동인권센터 소장은 "전문가는 아니지만 사진들이 담고 있는 색감이 너무 예뻐서 감동스럽기까지 하다. 그 순간을 담았던 작가의 따뜻한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하다"며 "'뇌병변장애인'이란 수식어를 뺀 그냥 '박스데반 사진작가'의 첫 전시회를 축하드리며 열렬히 응원한다. 30년을 33점에 담느라 얼마나 힘드셨겠나. 이어지는 그의 전시회를 고대할 것"이라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박스데반 작가는 3월 한달간 계속되는 이번 전시회에 모두 33점의 작품을 내놓았다. 주로 이용하는 나래울복지관 주변의 동탄을 비롯하여 궁평항 등 화성시 관내, 그리고 작가의 고향인 전남 곡성의 꽃, 나무, 새, 나비 등이 두루 담겼다.

한편, 박스데반 작가는 화성시장애인문화예술연대의 대표도 맡고 있다. 화성시장애인문화예술연대는 화성동탄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 속해 있으면서, 화성시 곳곳에서 아직 드러나지 않은 장애인 예술가를 발굴하여 이들이 마음껏 예술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함께 연대하기 위한 단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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