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느 부자가 자신의 집마당에 하인 백 명을 불러모아 커다란 항아리를 놓고 “이 항아리에 너희들이 직접 담근 포도주를 모두 모아 최고의 맛을 내는 포도주로 잔치를 열고자 하니 일주일동안 항아리에 각자 자신이 담근 포도주를 넣도록 하라.”고 말했다.

그날 이후, 하인들은 포도주를 넣는데 '나 하나쯤' 물을 부어도 포도주 맛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하나둘씩 맹물을 부어넣었다. 잔칫날 당일, 모두 모인 자리에서 항아리를 열어 맛을 보니 포도주는커녕 그 속에는 ‘맹물’만 가득 담겨 있었다. 하인들은 모두 ‘나 하나쯤이야’ 하는 생각으로 포도주가 아닌 물을 넣은 탓에 잔치를 즐기지 못하고 잔칫날 내내 모두 고개를 숙이고 있어야만 했다.

이 이야기에서 알 수 있듯이 다수의 의견을 모으는 데 있어 ‘참여’는 필수적 전제조건이다. 물론, 정치제도에 있어서 민주주의가 최고의 선(善)인 것은 아니지만, 선거, 투표는 민주주의의 중요한 제도적 장치가 된다. ‘선거(選擧)’라는 단어를 빼놓고는 민주주의 정치를 논할 수 없는 것이다.

다가오는 2019년 3월 13일은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치러지는 날이다. 전국 1400여개 조합, 부산에서는 24개 관할 조합(농협 16, 수협 7, 산림조합 1)의 조합장선거가 동시에 치러지게 된다.

과거부터 시행되어오던 개별 직선제 조합장선거의 불법과 금품선거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2014. 6. 11. 「공공단체의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약칭 : 위탁선거법)」을 마련하여 2015년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처음으로 실시되었다.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는 총 선거인(조합원)수 2,297,075명 중 1,843,283명이 투표에 참여하여 총 투표율 80.2%(농협 81.7%, 수협 79.7%, 산림조합 68.3%)를 기록하였다.

행정의 수장(首長)이 구청장·시장·군수, 읍·면‧동장이라면, 지역의 농‧축산업·수산업·산림업을 책임지는 ‘조합장’은 ‘경제의 수장’이라고 불린다. 도시화된 광역시보다는 지역생업을 기반으로 한 도 단위지역에 그 수가 월등히 많다. 내가 사는 나라, 대한민국의 대통령과 우리 지역의 단체장 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의 경제생활과 먹거리를 책임지는 내 고장의 조합의 장을 선출하는 데도 눈을 돌려 관심을 기울여 보자. 조합의 민주주의에 있어서 ‘선거(選擧)’라는 잔치에서 ‘맹물’이 아닌 맛난 ‘포도주’를 먹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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