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화성문화제, 내년엔 '시민 주도형'으로 크게 달라질 것!"

 
 
수원문화재단 김승국(63) 대표이사를 22일 오전 수원문화재단 대표이사실에서 홍재언론인협회(회장 김진일, 경인투데이)가 만났다. 지난 5월 2일 인터뷰하고 꼬박 7개월 20일만이다.

김 대표이사 취임일은 그보다 앞선 4월 11일이었다. 염태영 수원시장이 시 산하 기관장을 ‘개방형 공모’로 선임하겠다고 약속한 후 첫 인사였다. 그만큼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김 대표이사는 “수원문화재단, 수원시민이 문화예술로 행복한 도시 만들겠다” “수원시를 동네예술이 꽃피는 도시로 만들고 싶다” “수원화성 온전한 복원, ‘화성재인청’ 복원 다시 추진하겠다” “정조대왕 능행차, 세계인이 놀 수 있는 판으로 만들겠다” “수원시 축제, 관 주도 아닌 수원시민 중심 축제로!” 등의 아름찬 포부를 밝혔다.

8개월이 좀 안 되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기간, 수원문화재단은 얼마나 바뀌었고, 또 무엇이 달라졌을까? 이미 추진되고 있는 ‘2016 수원화성 방문의 해’ 사업의 한가운데에 내던져진 셈이었다. 아마 아직도 추진 중인 사업이 더 많을 테고, 어쩌면 시작조차 하지 않은 과제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이번 인터뷰에서 김 대표이사의 핵심 키워드는 ‘반성’이었다. 그의 입에서 ‘반성’이라는 단어는 정확히 세 번 나왔다. 의외였고, 놀랍기도 했다. 이른바 높으신(?) 분들 인터뷰에서 좀처럼, 아니 거의 듣기 힘든 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성’이라는 그 단어의 의미는 그동안 일을 잘 못했다는 소리로 들리기보다 앞으로 일을 더 잘하겠다는 각오로 읽혔다. 그 누구든 어찌 자기 성찰이나 ‘반성’ 없이 전진할 수 있단 말인가?


-'개방형공모' 첫 사례로 지난 4월 11일 취임했다. 지난 8개월 동안 소회를 밝혀 달라.

첫 민간전문가로서 제4대 수원문화재단 대표이사을 맡았다. 주위에서 상당히 기대가 컸고 그것이 오히려 부담스러웠다. 수원에 학연이나 지연이 없었기 때문에도 상당히 부담스러웠다.

어떻게 대표이사로 임할까 걱정하면서도 초심은 ‘오직 수원시민만을 바라보고 충실하게 대표이사직을 수행하겠다’는 자세로 임했다. 아직도 공부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열심히는 했으나, 성과는 제 자신이 느끼지 못하고 있다.


-'수원화성 방문의 해'가 성공적으로 치러졌다고 보나? 성과가 있다면?

얼마 전 수원화성 방문의 해 평가 보고회가 있었다. 보고회에 참석했는데 내·외부적으로 평가가 긍정적이었다.

통계적으로 보면, 12월 관광객이 677만명으로 집계됐다. 이 추세면 연말까지 700만명이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당초 목표치에 근접한 것이다. 작년 방문객이 437만명이었던 걸 보면 상당히 큰 폭으로 증가했다. 방문 만족도 조사를 보면, 5점 만점에 4.01점으로 다소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성과가 있다면, 우선 수원의 경제 활성화에 기여했다. 수원화성을 국내외적으로 알리는 데 기여도 했다. 수원이라는 도시 브랜드를 제고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 600여만명이 왔음에도 교통이나 편의시설은 상당히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앞으로 대책은?

수원이 많은 관광객을 받아들일 기반이 돼 있나? 그것은 계속 제기되었던 문제고, 지금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일거에 다 해소되기는 어렵다. 내년에도 계속 보완해 나갈 것이다.


- 중국인 방문객이 제일 많다. 하지만 통닭거리만 봐도 중국어 간판이 하나도 없다. 의자식보다는 좌식이 많다.

당연한 지적이다. 관광객을 맞이할 시스템이 되어 있나 하는 데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다. 이 역시 계속, 전부 보완해야 할 부분이다.


- 무엇보다 홍보가 부족했다. 수원시민들에게 먼저 설명회부터 해야 한다. 그래야 시민 참여도가 높지 않겠나?

올바른 지적이다. 올해 벌인 축제가 시민 주도형 축제인가 묻는다면 진정한 의미의 시민 주도형 축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범시민추진위를 구성해 부분적으로나마 시민 참여의 첫걸음을 뗐다는 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이 부분은 계속 수원시와 협의하고 있다. 하지만 말뿐이 아니라 투박하고 미숙하더라도 시민 주도형으로 갈 수 있도록 틀을 마련하려고 하고 있다.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내년에는 수원화성문화제가 시민 주도형으로 수원시민들에게 성큼 다가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 시민 주도형 축제를 어떻게 만들어낼지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수원시에는 문화예술 역량이 많다. 놀라웠다. 담을 수 있는 틀만 마련하면 얼마든지 시민 주도로 갈수 있다.

시민형 프로그램은 시민에게 맡기고 예산도 떼어 자유롭게 편성할 수 있게 하겠다. 아주 전문적인 부분만 수원문화재단에서 하려고 한다.


- 221년 만에 능행차가 완전히 재현됐다. 하지만 왕과 관료들의 맨상투 행차, 다소 질이 떨어지는 소품 등 문제점도 있었다. 앞으로 개선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올바른 지적이다. 우리가 축제를 기획하고 실행하는 데 있어 완벽한 준비가 필요하다. 반성한다.

소품이나 의상은 대부분 구입한 지 20년이 됐다. 그 안에 부분적으로 추가 구입한 게 있지만 말이다. 전부 교체하려면 33억원 정도가 든다. 매년 3억원 정도 투입해 점차적으로 교체해나갈 계획이다.

올해 같은 지적이 나오지 않게 치밀하게 준비하고 실행하겠다.

능행차 공동재현은 미완이다. 융릉과 건릉까지 못 갔기 때문이다. 지자체간 협의가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내년에는 화성시와 네트워크를 형성, 미리미리 협의해 반드시 능행차가 완전 재현되도록 하겠다.

 
 

- 올해 수원문화재단에서 주최한 수원화성문화제. 연극축제, 국제음악제 등에 대해 총평한다면? 지난 인터뷰에선 수원에서 왜 연극축제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말도 했다. 격년제 얘기도 나왔다.

인터뷰 당시, 온 지 얼마 안 돼 이미 연극축제는 세팅이 다 돼 있는 상태였다. 손 댈 게 없었다. 국제음악제 등도 어느 정도 사업이 추진된 상태여서 제가 생각하는 것을 펼치기 어려웠다.

수원은 참 축제가 많은 도시구나 하는 걸 와서 느낀 것이다. 수원은 축제에 많은 행정력과 재력을 투입하고 있다.

축제전문가로서 보면, 수원시와 시장님과 말씀을 나누다보면, 수원시에 맞는 정체성과 타 시와의 차별성이 필요하다. 부족해도 시민 주도형으로 가야 한다. 이제 시와도 어느 정도 공감대가 섰다.

올해 보고회에서 수원화성문화제도 그런 쪽으로 가겠다고 했다. 내년에는 그렇게 가려고 한다. 내년 수원화성문화제는 크게 달라질 것이다.


- 수원문화재단에서 평일 근무시간인 지난 11월 15일 1박 2일간 서울 5성급 호텔에서 워크숍 연수비용으로 1500만원을 썼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워크숍은 시의회에서도 거의 지적이 없었다. 충분히 소명도 했다. 그동안 워크숍을 어떻게 진행했는가 보니까, 대게 명승지나 관광지에 가서 힐링하는 등의 형태였더라. 워크숍은 우선 직무역량 제고하는 게 목적인데 말이다. 그 다음이 직원 화합이다.

실질적인 직원연수를 가자고 추진했다.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창덕궁 등을 벤치마킹 하려고 했다. 수원에 있는 극장이나 전시공간, 화성행궁 등과 다 맞물리는 것들이다. 아울러 직무역량을 위한 특강도 하자고 했다. 그래서 서울로 잡은 것이다.

예산은 1,300만원인데 120명으로 나누면 1인당 11만원이 좀 안 되는 꼴이다. 호화연수라는 지적인데 그 호텔은 4성급으로 1인당 1박에 3만5천원이니 인근 모텔보다 싸게 잡은 것이다. 언론에서 걱정하는 것은 이해하나 사실과는 차이가 있다. 해명할 기회를 주어 감사하다.


- 그간 문화예술인들에게 수원문화재단이 ‘관료적이다’라는 지적이 있어왔다. 지난 5월 한 인터뷰에서 밝힌 직원 친절도에 대한 시민평가단 운영은 잘 되고 있나?

수원문화재단이 시민들에게 도움을 주고 시민들의 심부름꾼이 되는 게 맞다. 관료적, 폐쇄적이라는 지적이 많아 지난번 인터뷰에서 친절도나 개방적 업무자세 평가를 받아봐야 되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런데 시행하려면 평가항목을 설정한다든지 평가방법 등에서도 전문적인 게 필요하더라. 자문기관에 의뢰해 평가항목이나 평가방법 등 거의 자문이 끝난 상황이다. 내년 2017년부터는 가동될 것이다.


- 또한 문화예술인들의 출연료에 대해 “차라리 출연횟수를 줄이고 출연료를 높여야 한다”고 밝힌 적이 있다. 지금 잘 실천되고 있는지?

최소한 문화예술인으로서 자존심은 지켜줘야 되는 거 아닌가? 이 정도 출연료로는 안 되는 일이다. 차라리 어떤 프로그램 수를 줄여서라도 자존심을 지켜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오자마자 지시를 했다. 실제로 문화예술 발전기금 단체수를 50%로 줄이고 단체당 400만원을 증액했다. 그런 방향에서 현실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 특히 수원문화재단의 위상정립 문제가 주요 과제였다. 즉 조직개편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경기도 중심도시인 수원의 문화재단이다. 경기도 문화예술을 가장 선도하는 문화재단으로서의, 그 정도의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지 반성하고 있다. 의왕, 안양, 용인, 오산, 화성 등의 문화재단과 철저하게 네트워킹해서 협업하고 있는지 반성할 점이 많다.

수원문화재단이 나아갈 지향점이나 계획들이 잘 세워져 있어야 한다. 시민들에게 우리가 가야할 길에 대한 로드맵도 제시해야 한다. 그런데 정책 수립이 안 돼 있었다. 그래서 정책기획실도 만들었다.

수원문화재단이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에 공감하고 있다. 개인별 업무량 등 직원 배치를 정확하게 해서 축소할 것은 축소하고 긴축할 것은 긴축하겠다. 재배치할 것은 재배치하고, 끊임없이 하고 있다.

일단 이미 설치한 정책기획실에 예산 기능과 자체감사 기능을 넣었다. 정책 수립도 하고 있다. 부서간 콜라보 조정 역할도 하고 있다. 문화사업부는 교육기능이 없었는데 추가했다.


-'화성재인청' 복원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했다. 진척된 것이 좀 있나?

'화성재인청' 자리를 찾았다. 현장답사도 갔다왔다. 옛날 ‘화성역’ 앞에 있다. 지금 가보니 5층 건물이 있더라.

화성재인청은 그냥 도대방이 머물던 곳이다. 건물의 형태도 초가집 중에서도 큰 초가집 정도였을 것이다. 광대들이 모여 회의도 하고 거기서 교육활동도 했을 것이다.

 
 

- 최근 에세이집을 발간하셨는데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책 제목은 ‘전통문화로 행복하기’다. 이번 책이 벌써 네 번째다. 지난 5년 동안 신문이나 잡지 등에 기고한 칼럼을 모으니 상당한 양이 모였다.

특히 수원에 와서 무형유산 활용이나 느꼈던 부분을 담아서 지난 11월 1일 발간했다. 주전공이 전통예술쪽이라 전통예술의 문화산업에서의 중요성이라든지, 낯선 전통예술이 낯선 게 아니라는 것을 독자들이 느끼게 써 나간 것이다. 물론 정책적 제안도 들어가 있다.

특기할 점은 수원이 지금도 경기도청 소재지이기도 하지만, 문화예술이나 경제의 중심지이기도 했다. 그런데 시민들이 문화예술 부분은 잘 모르고 있더라. 그런 것을 복원하고 활성화해 시민들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게 하겠다.


- 내년 2017년 수원문화재단의 계획은 무엇인가?

똑같다. 초심은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다시 상기해서 말씀 드리면, 모든 행사들이 원도심 중심으로 이뤄지더라. 영통이나 호매실 등은 전혀 시에서 나가는 문화예술정책을 체감하지 못하더라. 그러다보니 수원시민으로서의 정체성도 많이 부족하다. 시 전역에 문화예술 생태계를 건강하게 구축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그리고 단지 시민이 구경꾼 향유자가 아니라 문화예술 생산자가 되도록 하는 정책을 가지고 갈 것이다. 수원화성이라는 자랑스런 유형의 유산에 무형의 우수한 프로그램을 수원문화재단이 다 하려고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시민들이 할 수 있는 부분은 다 떼어드리려고 한다. 수원문화재단은 수행자가 아니라 허브 역할만 하는 게 맞다. 문화예술인들이, 시민들이 할 수 있게 허브 역할을 할 것이다. 그렇게 2017년에 뛰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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