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은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하죠. 여기에는 인생의 각종 애환(哀歡)이라는 게 있고, 바둑 수 하나 잘못 두면 살면서 잘못된 길에 들어선 것과 똑같습니다.”

14일 오후 도청 제3별관 북카페에서 만난 ‘경기도청 바둑동호회’ 회장인 전기송 종무과장은 바둑이 인생과 닮았다고 말했다.

반면, 바둑은 인생과 다른 점도 있었다. 전기송 과장은 “바둑은 인생하고 다른 게 복기(復棋)다. (바둑은) 연구하면서 개선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점이 인생과 다른 점”이라며 “바둑이 끝나면 바둑돌을 걷어서 순서대로 다시 놓는다. 실수한 수를 판에 다시 놓으면서 대응방법을 연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청 바둑동호회는 지난 1995년 창단돼 현재 도 본청, 사업소 등 도청 직원 6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지난 1995년 경기도지사기 바둑대회를 열면서 자연스럽게 동호회가 만들어졌으며, 매년 1회씩 도지사기 바둑대회, 친선바둑대회 등을 운영하면서 시군과의 교류까지 이어지고 있다.

현재 경기도지사기 공무원체육대회 바둑 종목에서는 평택시, 안산시 2개 시가 강세라고 한다.

“최근 평택·안산이 강하죠. 기존에는 안양·수원·고양 등이 강했는데, (바둑을) 잘 두던 분이 퇴직하시니 기존팀이 약해지고 안산과 평택팀이 강해졌어요. (안산시와 평택시는) 세대교체에 실패하지 않은 거죠.”

경기도청 바둑동호회는 기원 등에 모여 바둑을 두는데, 최근에는 사이버상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흐름에 경기도청 바둑사이버동호회까지 생겼다. 직접 대면하기 어려운 점을 해소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인 듯 보였다.

 
 

“정식으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잘 두시는 분들이 가르쳐줄 수 있죠. 바둑동호회 회원끼리는 인터넷에서 만납니다. 실력 차가 있지만, 핸디캡을 줘서 못 두는 사람은 예로 9점을 깔고 둡니다. 아마추어 18급부터 아마 6단까지 있습니다.”

스타크래프트 등 인터넷게임으로 바둑의 인기가 시들해진 가운데 최근 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AI) 바둑프로그램 ‘알파고’(AlphaGo)의 대결로 바둑에 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이에 대해 전 과장은 “인터넷게임보다는 굉장히 건전하다. 그리고 사고력을 높이는 측면이 강하다”며 “내년부터 바둑이 전국체전 종목으로 채택됐다. 올해 전국체전 시범종목으로 채택돼 각 시도에서 관심을 많이 가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과 관련, 전 팀장은 “(대국을 보면서) 처음에는 2가지를 생각했다. ‘프로그램이 인간을 압도할 수 있나’ 하는 생각과 세계 최고 이세돌 9단이 이긴 것에 놀랐다. 잘 두던 ‘알파고 사범’이 허무하게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인공지능 바둑의) 한계를 본 것 같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전 과장이 바둑을 시작했던 것은 언제였을까. 전 과장은 10년 전 한국기원에서 아마추어 4단을 인허받은 바둑 애호가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뒀습니다. (제가) 1962년생이니 따져보면 꽤 됐죠. 취미니까요. ‘바둑 두느라 도낏자루 썩는지 모른다’는 말이 있는데, 심취하면 깊이 빠지죠. 하지만 힐링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바둑 입문 계기에 대해 전 과장은 “10살 때쯤인가 아버지가 친구 분들하고 집에서 바둑을 두시는데 어깨너머로 배웠다”며 “바둑을 접할 수 있었던 분위기가 좋았다. 중학교 때 (아마추어) 5급 정도 뒀다. 반에서 최고 고수였는데 바둑판을 학교 가방에 넣고 다녔다. 바둑은 중학교 때까지 뒀는데 사회에 나가서 다시 두게 됐다”고 설명했다.

좋아하는 바둑기사를 묻자 전 과장은 망설임 없이 이세돌 9단과 유창혁 9단이라고 답했다.

“이세돌 9단은 바둑이 창의적이고요. 변화무쌍하죠. 유창혁 9단은 바둑 수가 깔끔한 데, 간단명료하면서도 공격이 날카롭죠. 유창혁 9단의 과묵하고 무게감 있는 스타일을 좋아합니다.”

전 과장은 살아가면서 바둑을 통해 인생에서 큰 도움을 받았다고 전했다. 전 과장은 “바둑이 조화이며 타협이라고 말씀을 드렸는데, 인내도 중요하다. 바둑용어로 ‘세고취화’(勢孤取和)라는 말이 있다. ‘내 세력이 약할 때 화평(和平)을 구하라. 내가 적진에 뛰어들 때 빨리 타협을 해서 안정을 취하라’는 의미다. 바둑은 잘 선용(善用)하면 좋은 취미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좋아하는 바둑 격언을 부탁했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무득탐승’(無得貪勝). ‘승리를 탐하지 마라’는 의미입니다. ‘위기십결’(圍碁十訣)이라고 바둑을 잘 두는 10가지 비결의 첫 번째 말입니다. 사람이 바둑을 이기려고 하면 경직됩니다. 마음부터 유연한 상태에서 잘 풀어나가야 합니다. 일에도 적용될 수 있죠.”

저작권자 © 뉴스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