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에서는 2016년 대선에 출마할 최종 대선후보를 가리는 경선 레이스가 한창이다. 후보들 중에 민주당 경선후보자‘버니 샌더스’가 눈길을 끈다.

그는 대선 자금모금에 있어 다른 대부분의 대선후보들이 활용하고 있는 ‘슈퍼팩’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고 중산층이 지원하는 소액 기부만으로 선거를 치르겠다고 선언했다.

슈퍼팩(Super PAC)은 기업, 노동조합, 개인, 단체들로부터 자금을 모금하여 특정 후보자를 위해 지출을 할 수 있는 미국의 민간 정치자금 단체를 말한다.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있는 주체와 기부금액에는 제한이 없다. 이런 ‘슈퍼팩’의 도움을 샌더스는 포기한 것이다.

지난 달 27일 기준으로 샌더스 선거운동본부는 자신에게 기부한 기부자 수는 68만9천여명이며, 모금액은 4천130만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다. 1인당 평균 기부금액으로 따지자면 약 60달러 정도로 우리나라 돈으로는 약 7천원 정도에 지나지 않는 셈이다.

이에 비해 슈퍼팩은 소수의 부유층이 거액의 선거자금 대부분을 지원하고 있다. 소수의 억만장자들이 무제한으로 돈을 들여 선거판을 주무르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미국에서는 부유한 사람들이 돈이 없는 사람들보다 선거에서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해서는 안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도 하다.

그럼 왜 샌더스는 소액기부로 선거자금을 마련하고 있는 것일까? 손쉬운 ‘슈퍼팩’ 선거자금 모금 대신 왜 소액 모금방식을 택한 것일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소액기부의 방법을 통해서 다수 중산층의 지지를 이끌어 내고 싶었던 것이다. 중산층은 소액기부로 샌더스를 지지하고, 샌더스는 중산층을 대변하는 것이다. 샌더스에 대한 소액기부로 자신의 정치적 의사가 반영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정치효능감을 미국 중산층은 갖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우리나라 유권자들의 국회 신뢰도는 매우 낮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고 투표율도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에 있다. 이는 정치에 대한 불신이 크고 정치효능감이 낮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인식하에서는 소액 다수의 정치자금 기부를 기대하기 어렵고 실제 현실 또한 그러하다.

그렇다고 마냥 넋놓고 있어서는 안된다. 정치에 실망했다고 뒷짐만 지고 있지 말고 내가 지지해 줄만한 정치인이나 후보를 먼저 찾아보고 관심을 가져보자. 좋은 정책을 펴는 정치인에 대한 관심과 표현으로 소액 정치자금을 기부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유권자는 소액 정치자금 기부로 좋은 정치인을 지지하고, 정치인은 좋은 정책으로 보답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내년 국회의원선거가 불과 4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국회의원선거를 소액다수의 후원금 기부, 좋은 정치인, 좋은 정책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의 기틀을 마련하는 좋은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 우리 스스로가 좋은 정치인의 본보기를 발굴해서 키워내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더욱 암울해 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오는 15일부터는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된다. 등록을 마친 예비후보자는 후원회를 두고 후원금을 모금할 수 있다.
우리의 미래를 위해 자신이 지지하는 좋은 정치인을 찾아 먼저 후원금을 내밀어 보는건 어떨까? 샌더스의 소액 정치후원금 ‘혁명’이 우리나라에도 일어나길 기대해 본다.

김영렬 부산광역시 수영구 망미1동 / 회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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