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저희 병원 어지럼 클리닉에 빙글빙글 도는 어지럼을 호소하시는 중년과 노년의 여성분들이 내원하셨습니다.

첫번째 54세 여성분은 2주전 교통사고를 당하셔서 머리를 약간 다친 이후에 신경외과에 입원하시고 계셨는데, 기상시와 취침시에 돌아눕기만 하면 천장이 빙글빙글 돌고 차멀미하는 듯한 메스꺼움과 구역질이 발생한다고 하셨습니다.

신경외과에서는 경한 뇌진탕 증상이라고 약만 처방하고 기다려보자고 했는데, 어지럼은 호전될 기미가 없이 지속되어 신경외과에서 저희 병원으로 의뢰되어 오셨습니다.

두번째 환자분은 77세 여성분이었는데 정형외과에서 3개월 전에 양측 무릎 인공관절수술을 받으시고 재활 중이신데 퇴원 이후부터 잠자리에 들기가 무서울 정도로 빙빙도는 어지럼과 구토증상이 발생했다고 내원하셨습니다.

머리를 감거나 양치질을 하려고 위를 쳐다보아도 어지럼이 생기고, 잠시 가만히 있으면 어지럼이 낫는다고 하셨습니다. 구토증상 때문에 급체한 줄 알고 내과에서 위내시경을 받았으나 정상이었고, 뇌졸중이 생긴 건 아닌지 겁이 나서 신경과에서 머리 MRI 촬영까지 하셨는데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고 하셨습니다.

세번째 70세 여성분도 5개월 전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으신 뒤 두번째 환자분과 비슷한 어지럼증이 발생하셔서 내원하셨습니다.

이처럼 정형외과 수술을 받거나 교통사고 이후에 어지럼이 생겨서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가 낫지 않고 저희 병원에 내원하시는 환자 분들이 무척 많으십니다.

위의 세분은 저희 병원에서 평형기능검사를 받으시고 모두 이석증 진단을 받으셨습니다. 이석증 물리치료를 시행 받고 수일 만에 완치되어서 어지럼에서 해방되어 무척 고마워하셨습니다.

이석증이란 병이 요즘은 일반 대중에게도 많이 알려졌는데 이석증은 어떤 병이고 왜 생길까요?

이석증(양성돌발성두위현훈증)은 여러 어지럼 중 가장 흔한 질환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이석증 진단을 정확히 받지 못하고 여러 병원을 전전하시는 환자 분들이 많으십니다.

 
 

사람의 귀에는 소리를 듣는 달팽이관 외에도 평형기관이 있습니다. 평형기관은 회전운동을 감지하는 반고리관과 전후좌우/상하운동을 감지하는 이석기관(난형낭/구형낭)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반고리관은 림프액이 들어있어 액체의 움직임으로 회전감각을 감지하고, 이석기관은 이석이라고 하는 작은 돌가루의 움직임으로 직선가속도를 감지하게 됩니다. 이석기관의 이석의 일부가 떨어져 나와 반고리관으로 들어가게 되면 이석증이라고 하는 어지럼증이 생겨서 위의 환자들과 같은 고통을 겪게 됩니다.

이석증은 탄산칼슘인 이석이 골다공증으로 인해 약해진다거나, 오랜 기간 누운 자세를 유지하는 경우에 약해진 이석이 반고리관에 들어가서 혼입되기 쉬워지므로 호발하게 됩니다.
따라서 골다공증이 여성과 노인에 많기 때문에 이석증이 중년 이후의 여성에게 호발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인공관절 수술이나 허리 수술을 받으신 분들은 오랜기간 침상생활을 하면서 활동이 제약되기 때문에 이석증이 잘 생길 수 있는 위험에 노출되게 됩니다.

또한 교통사고 등으로 두부외상이 생길 경우 이석이 한꺼번에 많이 부서질 수 있으므로 교통사고 이후 생기는 어지럼증에도 이석증을 꼭 감별하여야 합니다.

위와 같이 골다공증/ 장기간 병상생활/ 외상의 3대 요건이 결합되어 이석증 호발조건이 됩니다.

겨울철에 빙판길에 넘어져서 고관절 골절이 생기는 노인들이 많으신데, 이런 경우 고관절 골절은 골다공증과 외상에 의해 발병되고 게다가 수술 전후로 침대 위에서 안정을 취해야만 합니다.

따라서 노인 골절 환자들은 이석증의 위험인자 덩어리 같은 것입니다. 이래서는 이석증이 안 생기는 것이 이상할 정도인 거죠.

노인의 경우 기타 신경과적, 내과적 질환이 많아서 이석증 감별이 어려울 경우가 많은데 돌아누울 때 천장이 빙빙도는 어지럼증이 갑자기 생기셨다면 이비인후과에서 이석증 검사를 꼭 받아보시기 바랍니다.

이비인후과 전문의/의학박사 김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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