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다하다 이제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내놓으라고 한다. 함무라비법전을 연상케 하는 책임론이 유가족들 사이에서 나오고 그 배후엔 누가 있는지 조차 알 수가 없을 만큼 이해관계가 다양하고 존재도 많다.

그러니 말도 많고 탈도 많아 세월호 참사는 참사 당일과 참사 이후로 재조명이 되고 있다. 국정운영의 모든 포커스가 세월호에 집중되어 있다 보니 나라 안은 꼴이 말이 아니다. 여기저기서 시급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데 일단 세월호 문제를 뚫지 못하면 의논조차 하지 못하니 해결될 일이 없다.

설령 세월호를 등지고 자기주장을 하게 되면 마녀사냥을 하듯 사방에서 매정하고 피눈물도 없는 사람으로 낙인찍히니 개념 있는 정치인들도 눈치 보기 바쁘고 진보 진영에서는 이 기회를 놓칠까 국정변화수준이 아니라 언제나 그랬듯이 정권교체를 요구하고 있다.

처음과 달리 참사의 상처는 점점 보수와 진보로 극명하게 갈라지고 있어 국정운영의 향배는 동란직전에 가깝다. 민심은 이곳저곳 기웃거리다 흥미로운 곳에 정착하여 편을 들어주니 본질은 멀어지고 가십은 늘어나고 있다.

“왜들 그러냐!”라고 말 한마디만 잘못 뱉으면 여론에 수장당하니 입 바른 사람도 몸 사리기 바쁘다. 유가족의 마음이야 이해하지만 손에 칼과 판결 봉까지 쥐어달라니 지나쳐도 너무 지나친 요구다. 이러다간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내정은 복잡해질 것이 뻔하다. 여기저기에서 이제 정도껏해라라는 말이 나오고 있지만 이미 갈 때까지 가고 있어 괘념치 않는다.

연일 계속해서 민심과 여론을 방출하니 정부는 정신이 없다. 어디에 포커스를 두어야할지 눈빛만 잘못 주었다간 역적으로 단죄되니 부동자세를 취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면담을 해달라는 요구가 마치 채권자마냥 당당해지고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두부류가 정해져 딱하기 그지없다. 이번 정권에 업무를 보는 의원들만 노나게 생겼다.

가뜩이나 법안제의 하나 하는데도 힘겨워했던 입법 활동은 물론이고 다음 선거를 기약하며 가식적으로 지역의정활동을 해왔던 의원들에게 이렇게 큰 건수로 허송세월을 보낼 수 있는 명분이 생겼으니 이번 정권의 관료직을 제외하곤 모든 정계는 땡보직이 따로 없게 되었다.

누구하나 적당히 할 것을 종용하거나 세월호 사고에 대한 중용론을 제의하면 파죽지세로 인명(人名)이 까이게 되니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신문도 방송도 타이틀에 세월호가 전면에 나서고 있고 그 다음 소식은 남는 지면에 실리니 우리는 세월호를 뛰어넘지 못하면 모든 것이 막히게 되었다.

말 그대로 지금 대한민국은 세월호 공화국이 되고 있다. 세월호와 관련된 사람들만 이 나라의 주인마냥 국정운영을 휘두르고 있어 나머지 국민들은 들러리처럼 보인다. 당장 몰아닥칠 경제적 문제와 국제문제는 제쳐두고 오로지 세월호만 떠들고 있으니 정작 당장 필요한 국민들의 요청들을 봐주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봐줘야할 다른 국민들의 애환들도 살펴야한다. 세월호로 가려서일뿐 해결해야할 국내외문제가 장난이 아니다. 이렇게 더 시간을 지체했다간 손댈 수 없는 상황까지 갈 수 있는 안건들이 산재해 있다. 지금 원심력은 세월호가 아닌 전제 국민이 되어야한다.

언제까지 시계의 초바늘을 세월호로 흐르게 할 수가 없다. 해결될 수 있는 것부터 해결하면서 소홀하거나 미진했던 세월호 문제를 해결해야한다.

더 이상 세월호 참사가 국정운영의 핵이 되어서는 안 된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국민들이 지천에 널려 있다. 세월호 사고 그밖에 국민이 아닌 국민 속에 세월호가 되어야한다. 유가족의 울분도 이제 그쳐야한다.

인명피해가 커서 범국민적이지 어찌 보면 개인의 사정이다. 그런 개인사의 아픔치고는 참으로 많은 관심과 사랑 그리고 따듯한 위로와 배려를 받았다. 이제 국민들을 놔주고 남아있는 가족들을 위해 다시 본업으로 돌아가야 한다.

집착도 지나치면 병이된다. 아프지만 어찌할 수 없는 현 상황에서 자꾸 국민들의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정부의 귀를 잡아당기며 억울하다고 한다면 월영의 공동묘지와 다를 바가 없다.

정부도 국민도 이제 다른 이웃의 아픔을 볼 수 있도록 놓아줘야 할 것이다. 역지사지로 본다면 다른 곳에서 천재이든 인재이든 아픔을 겪고 있을 또 다른 국민들에게는 세월호 유가족들의 독식은 곱게만 보일 리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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