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보적인 활약으로 시장 독식 우려, 경마계 '뜨거운 감자'로 부상

 
 
한국경마는 바야흐로 씨수말 '메니피'의 전성시대이다.

지난해 550만원 차이로 아깝게 ‘엑스플로잇’에게 2011년 리딩사이어 자리를 양보했던 ‘메니피’가 2012년에는 압도적인 활약으로 국내 무대 씨수말 데뷔 3년 만에 감격적인 ‘씨통령(?)’ 등극을 눈앞에 두고 있다. ‘메니피’는 12월 넷째주 현재, ‘리딩사이어’ 순위에서 2위 ‘엑스플로잇’의 수득상금(39억 1천만원)의 두 배에 가까운 역대 최고 상금액 67억 8천7백여만원을 기록하며 경주마들의 ‘최고의 아버지’의 자리에 당당히 올라섰다.

'리딩사이어(Leading Sire : 최고의 부마)'란 한해 자마들이 거둔 총상금의 총합이 가장 많은 ‘부자’ 아버지를 일컫는다. ‘리딩사이어’ 순위는 곧 씨수말의 가치척도이자 몸값과도 직결된다. 씨수말의 가치는 ‘자식농사’에서 결정되는 것이다.

올 한 해 자식농사 대풍년을 거둔 ‘메니피'의 활약은 메니피 ’신드롬‘에 비견될 정도로 위력적이다. 4세 자마까지 배출한 ‘메니피’는 올해 110두를 출전시켜 그 중 64두가 124승을 거두었다. 승률 17.5%, 복승률은 30% 이상이다. 6마리나 대상경주 트로피를 거머쥐었으며, 출전 횟수 당 평균상금이 956만원, 출주두당 평균상금은 6170만원에 이른다. 자마들의 승률, 복승률, 두당 수득상금, 대상경주 우승마수까지 ‘메니피’는 모든 부문에서 2·3위권그룹과 현격한 차이를 드러내며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내었다.

한국경마의 질적 향상을 위해 2006년 도입된 ‘메니피’는 전설적인 씨수말 ‘스톰캣(Storm Cat)’의 직계혈통으로 최고급 ‘떡잎’을 자랑한다. 이런 ‘메니피’의 피를 이어받은 ’메니피의 아이들‘의 활약은 경주로의 판세를 완전히 뒤바꾸고 있다. 특히 2세 부문 씨수말 순위 1위 답게 ’메니피‘는 조기 완성형 혈통의 메카로 독보적인 아성을 구축하고 있다. 암수 2세 최고 유망주들 간 불꽃대결이 펼쳐진 지난 11월 제5회 브리더스컵(Breeders' Cup, GⅢ) 경주에서는 출사표를 던진 ’메니피‘의 자마 4두 중 ’야풍‘, ’케이탑‘, ’판타스틱 재즈‘가 나란히 1·2·3위를 독식한 바 있다.

'메니피'가문이 자랑하는 대표마는 ‘경부대로’이다. ‘경부대로’는 삼관경주 중 하나인 ‘KRA컵 마일(GⅡ)’ 대상경주와 ‘경남신문배’ 우승을 비롯해 ‘오너스컵(GⅢ)’ 2위, ‘대통령배(GⅠ)’, ‘코리안더비(GⅠ)’ ‘농식품부장관배(GⅡ)’ 3위를 거두면서 올해에만 6억 8천 9백여만의 상금으로 아버지를 흐뭇하게 했다.

'메니피' 신드롬은 경매시장에서도 이어졌다. 지난 10월 KRA 제주경주마 목장에서 열린 국내산 경주마 경매에서 2억 6천만원의 역대 경매 최고가로 낙찰된 주인공은 바로 ‘메니피’의 자마였다. 11월말 1세 국산마 경매에서 최고가를 기록한 3두의 경주마 역시 모두 ‘메니피’의 피를 이어받았다.

한편 국내 데뷔 3년 만에 진한 ‘피’의 위력을 제대로 과시하고 있는 ‘메니피’를 둘러싸고 경주마 생산계 안팎에서는 다양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3~4세 자마만으로 상금 신기록을 경신하며 리딩사이어를 차지한 만큼 ‘메니피’ 독주체제가 향후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일각에서는 이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모두가 ‘메니피’만 바라보게 되면서 한국경마의 특정 혈통 편중의 문제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지적이 과도한 우려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혈통’스포츠인 경마에서 좋은 혈통에 대한 수요는 경마발전을 위해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또 한국마사회에서 무상 교배를 실시하고 있어 씨수말 수급에 조정기능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지적한다. 실제 마사회는 2011년 메니피의 교배횟수를 91두에서 2012년 76두로 제한하는 대신 샤프휴머, 원쿨캣 등 최근 3년간 새롭게 도입된 씨수말들의 교배횟수를 늘린 바 있다.

내년 1월초로 예정된 ‘메니피’의 장수목장으로의 이사도 하나의 변수가 될 수 있다. 2007년부터 내륙(장수)에서 교배를 시작한 ‘메니피’의 진가는 2008년 제주 경주마목장으로 살림을 옮겨 제주의 우수한 씨암말들과 교배하게 되면서 드러나게 되었다. 실제 내륙에서 태어난 메니피 4세 자마의 승률(6%)에 비해 제주 출생 2,3세 자마의 승률은 각각 23%, 17%로 월등히 높다.

따라서 ‘메니피’와 맞교환되는 장수목장의 ‘오피서’에게 제주 ‘발령’은 자신의 진가를 드러낼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제주의 우수한 씨암말들과 교배 횟수를 늘리면서 혈통적 잠재력을 본격적으로 발휘할 수 있기 때문. 한국마사회 말산업기획팀 관계자는 “최근 3년간 한국마사회가 야심차게 도입한 ‘샤프휴머’, ‘원쿨캣’, ‘록하드텐’ 등 다양한 씨수말들의 자마들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경주로에서 활약하게 되면 지금의 우려는 자연스럽게 희석될 것.”이라 전했다.

발군의 활약으로 한국 경주마의 수준을 한 차원 높인 ‘메니피.’ ‘메니피’의 영향력이 커져가는 가운데, 마사회의 신규 씨수말 민간 씨수말들이 가세하면서 향후 생산시장 판도는 한층 더 다이내믹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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