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를 천천히 돌며, 성벽을 보다.
큼지막한 돌들이, 성안과 밖으로 갈라 놓고, 꼼짝 않은 고집이, 역사로 불리운다.
 자신의 전부로 누르며, 역시 윗돌에 눌린 돌들이, 그렇게 백년, 이백년이었다.
 돌들에게 선택이란 게 있었을까.

 꼼짝없이, 소망과는 무관하게 흘러가는 삶에 끼어,
늙어가기만 하는 어른들이, 브레이크를 밟으며 성곽을 돈다.
 자기가 박힌 곳에서 모든 걸 받아들여만 하는 세상은, 무슨 맛이었을까.
즐거움도 슬픔만도, 그 무엇도 아닌, 시간이 흘렀는가.
 이 이야기에 뜻은 무엇인가.

 로터리를 천천히 돌며 성벽을 본다.
한 번도 멈춘 일 없는, 강물을 본다.

 

저작권자 © 뉴스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