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장묘문화개혁범국민협의회 정책연구실장,안산추모공원건립위원회 위원

용인시, UMS(통합메시징시스템) 운영 .ⓒ뉴스퀵
용인시, UMS(통합메시징시스템) 운영 .ⓒ뉴스퀵
“生者必滅” 모든 동물은 죽어 그 주검을 남긴다. 초원의 제왕 사자의 주검은 자연계의 순환에 따라 다른 동물의 먹이가 되기도 하고, 또 일부는 분해되어 완전히 사라진다. 사람도 동물인 이상 그 순환의 궤를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사람에게만 있는 認知가 생겨난 이후, 사람의 주검은 자연의 순환과정과 좀 다른 궤를 걷기 시작했고, 여기서 탄생한 것이 무덤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무덤은 같은 기능을 지닌다. 외부 환경과 물리적으로 차단함으로써 시신을 보존하고, 또 시신으로 인하여 다른 이들이 보건위생상의 위해를 입지 않도록 한다. 또 다른 기능은 메모리얼(memorial) 즉, 숭배와 추모 기능이다.

 돌이켜보면 무덤은 농경사회의 전형적인 장법(葬法)이었다. 산속 양지바른 명당(?)에다 조상의 산소를 마련하고, 농사일 틈틈이 봉분을 손질하며, 한여름을 넘긴 산소에 벌초를 한 다음, 가을철 풍성한 결실을 거두어 조상에게 감사의 예를 표해 왔다. 추석을 앞둔 요즘, 전국 산하에는 조상의 산소에 벌초를 하는 예초기 소리가 울러 퍼지고 있다. 주말이면 벌초와 성묘차량으로 인해 전국 고속도로가 몸살을 앓는다. 농경사회에서 전해진 유산이 면면하게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 무덤이 현대에 와서 火葬 후 납골당과 수목장 등으로 변화했다. 도시화 산업화가 진행되고, 핵가족화로 무덤을 돌보기 어려워진 현대인 다수가 전통적인 매장보다는 화장을 선택하고 있다. 그 결과 2011년의 전국 화장률이 70%에 이를 전망이며, 이런 추세라면 화장률 90%도 그리 오랜 세월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누가 뭐래도 미래의 우리 무덤은 화장장이고, 납골당(묘)과 수목장으로 대표되는 자연장지가 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런데 우리민족에게 있어 무덤은 극단적인 양면성을 지닌다. 사랑하는 가족과 영원한 이별을 한 유가족에게 있어 그 무덤은 추모와 숭배의 대상이다. 우리 선조들은 이른바 명당을 찾아 산속 깊은 곳까지 조상의 유해를 모셨다. 그 산소는 자신들만의 성역으로 추앙되고 후손 發福을 빌었다.

 하지만 타인의 무덤은 혐오하고 기피하는 대상일 뿐이다. “月下의 공동묘지”라는 이미지는 무덤을 우리 생활권 밖으로 추방했다. 때로는 집단이 나서서 “지역발전 저해”를 이유로 무덤의 진입을 결사적으로 막아왔다. 무덤이 초현대화한 화장장, 납골당은 물론 심지어 수목장까지도 예외는 아니었다. 전국도처에서 너도나도 “결사반대”만 외칠 뿐이다.

 “중추가절(仲秋佳節)” 조상의 음덕을 기리는 추석을 맞아 우리 모두 가슴을 열고 자신을 돌아보자. 내가 죽으면 화장할 것인지, 화장한 다음에는 또 어떻게 할 것인지, 그렇다면 내 주검을 맞이해 줄 화장장은 이용하기 편리한 지, 또 납골당은 내 자식들이 찾아오기 좋은 곳에 있는 지, 등등 자신의 死後를 대비해두면 인생을 윤택하게 꾸러나갈 수가 있다. 마치 우리 조상들이 수의, 관, 묏자리를 마련해두고 편안한 여생을 보냈던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냉정히 따져 볼 것이 있다. 그곳이 바로 미래의 나의 무덤임에도 불구하고 주위 눈치를 살펴 “화장장, 납골당 결사반대” 대열에 동참하여 온갖 비난을 쏟아 붙지는 않았었는지 하는 점이다. 만약 그러하였다면 내 무덤을 스스로 비난하고 혐오시설로 낙인찍어 버린 셈이다.

 아무리 가고 싶지 않아도 누구나 반드시 가야 하는 곳, 빈부귀천을 전혀 따지지 않는 곳, 바로 그곳이 무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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