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 달 전부터 세입자가 영업도 하지 않고 연락조차 받지 않는 상황입니다. 처음엔 세입자가 몸이 좋지 않다고 생각해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요. 문제는 여전히 점포 문이 닫혀있고 임대료까지 연체 중이라는 겁니다. 세입자와 저는 제소전화해를 맺은 관계입니다. 장기간 부재 시에도 제소전화해 조서 위반으로 세입자를 내보낼 수 있나요?”

임대차계약 당시 제소전화해를 했음에도 조서 사항을 지키지 않는 세입자가 등장하면서 마음고생 하는 건물주들이 수두룩하다. 제소전화해를 맺은 상태에서 세입자가 위법을 저지른다면 건물주는 빠르게 강제집행 절차를 밟을 수 있다. 하지만 장기간 부재로 연락조차 받지 않는다면 상황은 간단치 않다.

1일 엄정숙 부동산 전문변호사(법도 종합법률사무소)는 유튜브 채널 ‘법도TV’를 통해 “제소전화해를 맺은 상황에서 세입자가 점포운영을 하지 않은 채 오랜 기간 연락이 안 된다면 조서 위반으로 볼 수 있는지 건물주가 혼란을 겪을 수 있다”며 “세입자가 정당한 사유를 밝히지 않은 채 오랜 기간 장사하지 않았다면 조서 위반 사유가 충분해 강제집행으로 내보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제소전화해란 소송을 제기하기 전 화해를 한다는 뜻으로 법원에서 성립 결정을 받는 제도다. 화해조서가 성립되면 강제집행 효력을 가진다. 주로 상가임대차 관계에서 많이 활용된다. 제소전화해 전문 법률상담을 제공하는 ‘엄정숙변호사의 제소전화해’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임대차 관련 제소전화해 전화문의만 3000건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세입자의 장기간 잠수 행위는 법률적으로도 여러 위법 사항으로 간주 돼 제소전화해 조서 위반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대표적으로 장사를 하지 않고 잠수 중인 세입자들은 대부분 임대료를 내지 않는다는 점이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하 상임법) 상에는 세입자가 3기 이상 임대료를 연체할 경우 임대차 해지 사유가 될 뿐만 아니라 갱신요구권과 권리금 회수 기회를 거절해도 문제 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두 번째는 계약 당시 밝혔던 임대차 합의 사항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세입자가 건물을 임차한 조건 중 하나는 해당 건물에서 점포를 운영하기로 건물주와 합의한 사항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합의 사항을 세입자가 어겼기 때문에 임대차 해지 사유가 충분하다.

엄 변호사는 “제소전화해는 세입자의 임대료 연체를 막기 위한 목적이 크지만, 기본적으로 법률상 임대차 해지 사유가 되는 규정을 조서로 채택한다”며 “따라서 세입자의 장기간 잠수 행위는 제소전화해 조서 위반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만약 장기간 잠수 행위로 제소전화해 조서를 위반 세입자를 내보낼 때는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할까. 제소전화해를 하지 않은 상황이었다면 건물주는 세입자를 상대로 명도소송(건물주가 세입자로부터 건물을 돌려받는 소송)을 제기한 후 승소판결문을 받아 강제집행 절차로 세입자를 내보내야 한다.

반면 제소전화해를 한 상황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엄 변호사는 “법원으로부터 성립 결정을 받은 제소전화해 조서는 명도소송에서 승소판결문과 같은 집행권원”이라며 “이는 명도소송을 거치지 않고도 강제집행을 신청할 권한이 있다는 의미로 세입자의 잠수 행위에 대응할 때도 이미 제소전화해가 성립된 경우라면 그렇지 않을 때보다 문제를 더 수월하게 해결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한편 제소전화해는 명도소송 없이도 강제집행을 신청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절차가 있다.

문제를 일으킨 세입자에게 계약해지 통보를 해야 한다는 것.
법률이나 제소전화해 조서를 세입자가 위반했더라도 건물주가 세입자에게 계약해지 통보를 하지 않았다면 여전히 계약관계가 유지된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엄 변호사는 “계약관계가 유지된 상황에서는 세입자를 상대로 강제집행 절차를 진행할 수 없다”며 “따라서 세입자에게 제소전화해 조서 위반을 근거로 한 계약해지 통보 후 강제집행 절차를 진행해야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건물주가 계약해지 의사표시를 전달할 때도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세입자가 집주인의 의사를 확인해야만 효력이 생긴다는 점이다. 다만 세입자의 부재로 의사표시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에는 의사표시 공시송달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의사표시 공시송달이란 문서를 받을 사람의 주소를 알 수 없거나 도달되지 않을 경우 법원에서 법원 게시판에 게시하거나 대법원 규칙에서 정하는 방법으로 당사자에게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절차를 말한다.

도움말 엄정숙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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