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7만2천여명의 조용한 도시 경기도 과천시가 개발제한구역인 지식정보타운 부지에 추진 중인 보금자리주택 문제로 딜레마에 빠졌다.

 찬성하는 주민은 "40년간 개발제한구역에 묶여 재산권 행사도 못하고 살았는데 보금자리주택으로 풀어갈 방법을 찾았다"며 반기고 있다.

그러나 반대하는 시민은 "보금자리주택이 들어서면 전원도시로서의 가치가 훼손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찬성측은 '삶의 희망'이라며 보금자리주택을 반기고 있고, 반대측은 '시장을 주민소환하겠다'고 맞서고 있는데 이를 어찌해야 할지…."
과천시의 한 공무원은 "해법을 찾을 길 없어 답답하다"며 속내를 털어놨다.

◇지식정보타운 보금자리주택

과천시와 LH는 2009년 11월부터 갈현·문현동 일대 127만4천여㎡에 지식정보타운 조성을 추진해 왔으나 LH의 자금난으로 사실상 무산됐다.

사업이 어렵게 되자 국토해양부와 경기도, 과천시, LH는 지식정보타운 부지를 포함한 135만3천㎡에 보금자리주택 건설하기로 방향을 바꿨다.

국토부와 과천시는 오는 11월까지 지구지정 및 지구계획 수립을 마치고 2015년까지 9천600가구의 아파트를 건설할 계획이다.

과천시는 보금자리주택 전환으로 정부 과천청사 이전에 따른 도시 공동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반대측 주민들이 비대위를 꾸리는 등 강하게 반발하자 지난 11일 국토부에 보금자리 지구지정 보류를 요청했다.

찬반 갈등이 확산되자 국토해양부는 시민의 충분한 의견을 들어 지구지정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과천시는 이에 따라 주택ㆍ토지 소유자와 세입자, 시의회 등으로 협의체를 꾸려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주민소환 하겠다"..찬반갈등 확산

찬성측 주민들로 구성된 과천지식정보타운 보금자리주택지구대책위원회(위원장 강성훈)는 "지난 40년간 개발제한구역에 묶여 재산권 행사도 못하고 피해를 감수하며 살아왔다"며 보금자리주택이 차질없이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책위는 "개발제한구역이라는 이유로 집이 좁아도 방 한칸 늘리지 못하고 지붕이 새도 고치지 못하고 살아오다 이제 겨우 보금자리주택 사업으로 희망을 잡았는데 아파트를 소유한 시민의 반대로 무산될 위기에 처해있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비대위가 환경파괴를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사실은 아파트 등 부동산 가격 하락을 우려해 보금자리주택 건설에 반대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대책위는 "시의회 의장 등 일부 시의원들이 주민들의 아픔을 외면한 채 보금자리주택 반대운동에 나서고 있다"며 주민소환 운동에 들어갔다.

강 위원장은 "대책위원들이 시민을 상대로 개별적으로 주민투표를 위한 서명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반대측인 보금자리반대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류재명)는 "여인국 시장이 시민의 의사를 묻지 않고 보금자리지구지정을 수용하는 등 전원도시인 과천의 가치를 훼손했다"며 지난달 22일부터 시장 주민소환을 위한 서명을 받고 있다.

비대위는 정부 계획대로 보금자리주택을 수용하면 안양 인덕원까지 국도 47호선 양쪽으로 고층아파트가 들어서 교통체증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 5월 보금자리 계획이 발표된 이후 1만1천여명의 시민이 반대 서명에 참여했다"며 "정부는 서민주택공급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실제 서민들에게 돌아갈 혜택은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시장주민소환운동본부는 현재까지 5천∼6천여명의 서명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과천의 전체 청구권자는 5만4천707명이며 이 가운데 15%인 8천207명 이상이 서명하면 주민소환 투표를 할 수 있다.

◇비대위원장 고소..법정다툼 예고

과천시는 비대위 위원장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경찰에 고소했다.

시는 "류 위원장이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역사가 과천에서 안양 인덕원으로 결정됐다는 내용의 허위 사실을 유포해 과천시장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시장주민소환운동본부는 과천시가 중립을 지키지 않고 정부 과천청사이전 과천시공동대책위원회 명의의 성명서를 배포했다"며 선거관리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운동본부는 "과천시장이 민간단체인 공대위를 통해 인위적으로 주민소환 반대여론을 만들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과천시와 운동본부가 고소와 진정서를 제출함에 따라 법정다툼이 불가피하게 됐다.

◇보금자리 해법은 없나

갈등이 확산되자 한나라당 안상수 의원(과천ㆍ의왕)은 지난 1일 기자회견을 열고 "보금자리주택 건설과 관련 시민의 의견이 찬반으로 나뉘어 시장 주민소환 운동까지 벌어지고 있어 안타깝다"며 "이러한 논란을 일으킨 것은 과천시장이나 자신이 부족한 점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사과했다.

안 의원은 이어 "과천시는 정부에 시민의 의견을 전달하고 재협상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여인국 시장도 "주공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보금자리주택 추진과 철회를 요구하는 양측 모두의 마음을 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과천시가 한치의 양보 없이 대립하는 이 상황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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