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에게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채로 이사부터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때문에 임차권등기를 신청하려고 합니다. 문제는 이미 다른 채권자들이 압류와 가압류를 걸어놓은 상태라는 겁니다. 이런 경우라면 임차권등기가 다른 채권보다 늦어 후순위 채권자로 밀릴까 걱정이 됩니다. 저는 전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채 이사부터 해야 한다면 세입자들은 임차권등기 신청 절차를 밟기 마련이다. 하지만 임차권등기 신청 이전에 이미 다른 채권자가 집주인의 부동산에 압류와 가압류를 걸어놓은 상태라면 문제는 간단치 않다.

28일 엄정숙 부동산 전문변호사(법도 종합법률사무소)는 유튜브 채널 ‘법도TV’를 통해 “임차권등기는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이사 가는 세입자에게 일종의 안전장치로 볼 수 있는 법적 절차”라면서 “하지만 임차권등기 신청 당시 다른 채권자가 먼저 채무에 대한 법적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면 세입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상황에서 세입자가 명심해야 할 점은 전세 계약이 끝날 때보다 계약 당시 집주인의 채무 상태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세입자는 임대차 계약 당시부터 등기부를 통해 집주인의 채무 상태를 확인하기 마련이다. 채무 상태가 좋지 않은 집주인이라면 당연히 세입자가 계약을 맺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

하지만 계약이 끝날 무렵 집주인의 채무 상태가 급격히 좋지 않아 결국 다른 채권자들로부터 부동산이 압류나 가압류 당했다면 세입자는 임차권등기마저 무력화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엄 변호사는 이에 대해 “계약 당시 집주인의 채무 상태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고 정상적으로 확정일자를 받았다면 부동산 경매 등에서 선 순위 채권자로서 전세금 돌려받기가 수월하다”며 “이 경우엔 계약이 끝날 때 임차권등기가 다른 채권자의 압류 절차보다 늦더라도 확정일자가 더 빠르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라고 조언했다.

즉 부동산경매에서 법률상 선 순위 채권자로 판단되는 건 임차권등기가 아니라 확정일자라는 사실.
따라서 다른 채권자의 압류나 가압류보다 세입자의 확정일자가 앞서 있다면 임차권등기명령이 등기부상 나중에 올라가더라도 다른 채권자들보다 전세금을 우선 돌려받을 수 있다.

반면 확정일자에 문제가 없는 세입자에게 임차권등기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임차권등기는 부동산경매에서 세입자의 지위 유지와 이후 법절차를 진행할 때 필요한 필수 절차기 때문.

엄 변호사는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했더라도 세입자가 법률상 아무 조치 없이 이사한다면 세입자의 자격이 상실되어 채권 관계가 후순위로 밀릴 위험이 있다”며 “뿐만 아니라 임차권등기는 세입자의 의무 중 하나인 명도의무(집을 집주인에게 반환하는 의무)에 관한 이행으로 판단돼 추후 전세금반환소송을 제기할 근거가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임차권등기 신청 과정에서 세입자가 주의해야 할 점도 존재한다. 임차권등기는 전세 기간이 끝남과 동시에 신청할 수 있지만, 완료까지는 일정 기간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신청과 동시에 완료가 되지 않는다는 뜻.

엄 변호사는 “임차권등기 신청 직후 이사하는 것보다는 등기부에 임차권등기가 완료된 것을 확인하고 이사해야 가장 안전하다”며 “만약 급한 사정이 있는 세입자라면 가족 중 일부를 먼저 전입시키고 임차권등기가 완료된 것을 확인한 후 나머지 가족이 전입해야 법률상 문제가 없다”고 귀띔했다.

한편 임차권등기를 해도 집주인이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는다면 세입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임차권등기는 세입자가 이사 하더라도 법률상 선 순위 채권자임을 증명하는 절차일 뿐 집주인에게 강제로 전세금을 가져오는 절차는 아니다.

엄 변호사는 “임차권등기 후에도 집주인이 전세금반환 의사가 없다면 세입자는 전세금반환소송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만약 소송에서 집주인이 패소한 후에도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는다면 강제집행 절차를 이용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도움말 엄정숙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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