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택을 매수하여 신규 세입자를 구하고 있습니다. 전세보다는 월세 계약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상가계약에서는 세입자의 임대료 연체나 계약이 끝날 때 안전한 명도(부동산을 돌려받는 일)를 위해 제소전화해를 맺는다고 하는데요. 혹시 주택 임대차에서도 세입자와 제소전화해를 맺을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상가 임대차에서 임대료를 연체하거나 제때 건물을 비워주지 않는 세입자가 늘어나면서 건물주들은 임대차 계약 당시부터 제소전화해 신청이 필수로 여겨지고 있다. 제소전화해는 악덕 세입자를 만날 경우 명도소송 없이 빠른 강제집행 신청이 가능하기 때문. 이에 주택 임대차에서도 제소전화해 가능한지 궁금증이 생기기도 한다.

14일 엄정숙 부동산 전문변호사(법도 종합법률사무소)는 유튜브 채널 ‘법도TV’를 통해 “제소전화해는 세입자가 임대차 계약사항 위반을 사전에 방지하는 효과가 커 주택 임대차에서도 문의를 해오는 집주인들이 종종 있다”며 “원칙적으로는 주택 임대차에서도 집주인과 세입자 간 동의만 있다면 제소전화해 신청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제소전화해란 소송을 제기하기 전 화해를 한다는 뜻으로 법원에서 성립 결정을 받는 제도다. 화해조서가 성립되면 강제집행 효력을 가진다. 주로 상가임대차 관계에서 많이 활용된다. 제소전화해 전문 법률상담을 제공하는 ‘엄정숙변호사의 제소전화해’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임대차 관련 제소전화해 전화문의만 2800건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렇다면 왜 현실에서는 주택 제소전화해가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걸까? 대표적인 이유로는 월세 금액이 상가 임대차와 비교해 현저히 낮기 때문이다.

제소전화해를 맺는 목적 중 하나는 세입자의 차임(월세 및 임대료) 연체를 사전에 방지하려는 점이다. 하지만 월세 자체가 낮은 주택 임대차에서는 제소전화해를 맺는다는 건 집주인에게 신청 비용이 아깝게 느껴질 수 있다.

이는 임대료 연체에 관한 법률과도 연관되어 있다.
엄 변호사는 “상가 임대차의 경우 3기 이상 임대료를 연체했을 때 법률 및 제소전화해 조서 위반으로 규정한다”며 “상가 임대차는 임대료 자체가 주택 대비 상당히 크기 때문에 3기 이상 연체가 된 상황에서 법 절차까지 진행하게 되면 시간이 지체되어 보증금을 위협할 만큼 건물주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따라서 상가 임대차에서는 건물주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제소전화해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반면 주택 임대차에서는 상가 대비 낮은 월세임에도 2기 이상 월세가 연체된다면 법률 위반에 해당한다. 즉 월세도 적지만, 연체가 2기 이상이면 세입자를 내보낼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제소전화해를 신청할 필요성이 낮다는 것.

엄 변호사는 “상가 임대차에서도 임대료가 현저히 낮다면 건물주가 제소전화해 신청을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며 “제소전화해는 어디까지나 건물주가 자신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인데 이를 이용하는 금액 대비 손해 위험이 현저히 낮다면 제소전화해 신청은 하지 않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주택과 상가 임대차에서 세입자에게 허락된 각각의 권리 차이도 주택 제소전화해가 적은 이유이기도 하다.

먼저 상가 임대차는 세입자의 영업권이 중요한 요소가 된다. 즉 장사로 돈을 벌어야 생존권이 보장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세입자가 당장 점포를 다른 곳으로 옮긴다고 해서 장사가 잘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자신이 잘못을 저질렀음에도 버티는 사례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주택 임대차에서는 주거권이 기본 바탕이 된다. 다시 말해 집주인으로부터 보증금만 돌려받는다면 자신이 원하는 어디든 주거지를 구해 나가는 것이 상가 임대차만큼 어렵지 않다.

엄 변호사는 “상가와 주택은 세입자가 생각하는 권리에 대한 가치가 다르다”며 “제소전화해의 최종 목적인 안전한 명도가 상가 보다 주택은 수월하기 때문에 제소전화해 신청 건수가 낮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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