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께서 생전에 거의 모든 재산을 오빠에게만 물려줬습니다. 당시 저는 미성년자였기 때문에 별다른 이의 제기 없이 지나갔습니다. 문제는 제가 성인이 된 후 결혼을 앞두고 있어 오빠에게 재산 분배를 요구하니 아버지께서 직접 자신에게 재산을 주었다며 저의 요구를 거부한다는 겁니다. 저는 한 푼도 상속받을 수 없는 건가요?”

피상속인(돌아가신 분)의 상속재산을 두고 상속인들 간 분쟁이 종종 일어난다. 한국에서는 재산을 물려줄 부모님이나 배우자가 사망하면 상속인에게 재산이 상속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상속인이 재산을 정상적으로 물려받지 못했다면 최소한의 재산권을 보호해줄 유류분제도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도 많다.

13일 엄정숙 변호사(법도 종합법률사무소)는 유튜브 채널 ‘법도TV’를 통해 “상속인이 여럿일 경우 자신이 법률상 1순위 상속인임에도 재산을 상속받지 못했다면 유류분제도를 활용해 재산권을 확보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유류분제도를 활용할 때도 법률상 조건에 맞지 않는다면 낭패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자신이 1순위 상속인에 해당한다면 3가지 조건을 살핀 후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류분제도란 법이 정한 최소 상속금액을 말한다. 형제가 두 명만 있는 경우 원래 받을 상속금액의 절반이 유류분이다. 아버지가 남긴 재산이 총 2억일 때 상속금액은 각각 1억 원씩이고 유류분 계산으로는 그 절반인 5000만 원씩이다.

유류분청구소송은 돌아가신 분 유언에 따라 모든 재산을 물려받은 상속자를 상대로 나머지 상속자들이 유류분권리를 주장하는 소송이다. 유류분소송 전문 법률상담을 제공하는 법도 유류분소송센터의 ‘2022 유류분소송통계’에 따르면 유류분반환청구소송 기간은 짧으면 2개월 길게는 2년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첫 번째 조건은 ‘증여’와 ‘유증’ 사실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증여’이란 돌아가신 분, 즉 아버지께서 생전에 특정 상속인에게만 재산을 물려준 경우를 말한다. ‘유증’이란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기 전 특정 상속인에게만 재산을 물려준다는 유언이나 증서 등으로 상속 의사를 남기는 형태다.

엄 변호사는 “만약 피상속인이 돌아가시기 전 ‘증여’나 ‘유증’이 없었다면 유류분소송을 할 필요가 없고 모든 상속인에게 공평하게 재산 상속이 이뤄진다”며 “그런데도 특정 상속인이 모든 재산을 독차지 했다면 소송을 통해 상속절차가 무효임을 주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류분권를 주장할 수 있는 두 번째 조건은 상속권이 발생해야 한다는 점이다.
상속권은 재산을 물려줄 대상이 생존해 있다면 발생하지 않기 때문. 다시 말해 아버지가 돌아가셔야 상속인에게 상속권이 생긴다는 말이다.

엄 변호사는 “따라서 아버지가 생존해 계신 상황이라면 모든 재산을 한 사람에게만 물려줬다고 해서 법적으로 이의를 제기할 방법은 없다”면서도 “다만 다른 상속인이 재산을 증여받은 사실에 대해 증거를 미리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귀띔했다.

아버지가 사망하여 상속권이 생긴 이후에도 유류분 권리자가 확인해야 할 마지막 조건이 남아 있다. 소멸시효 안에 권리행사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민법 제1117조에는 ‘반환의 청구권은 유류분 권리자가 상속의 개시와 반환하여야 할 증여 또는 유증을 한 사실을 안 때로부터 1년 내 하지 아니하면 시효에 의하여 소멸한다. 상속이 개시한 때로부터 10년을 경과한 때도 같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증여’ 또는 ‘유증’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아버지가 돌아가신 직후 1년 내 유류분 권리를 주장해야 한다는 뜻.

엄 변호사는 “원칙적으로 유류분 소멸시효는 1년이지만, 해당 규정의 마지막 내용인 ‘상속이 개시한 때로부터 10년을 경과한 때도 같다’라는 부분도 중요하다”며 “아버지께서 돌아가신지 1년이 지났더라도 ‘유증’과 ‘증여’가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면 10년 내에서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도움말 엄정숙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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