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상가건물을 매매했습니다. 매매한 건물엔 기존 세입자들이 점포를 운영 중입니다. 이 경우 건물주가 바뀌어도 건물주의 지위가 그대로 승계되기 때문에 계약서는 새로 작성하지 않아도 된다고 들었습니다. 제소전화해 역시 다시 신청할 필요가 없나요?”

건물 매매 시 새 건물주는 이전 건물주의 권리를 그대로 승계 받는다. 따라서 새 건물주는 세입자들에게 임대료를 받을 권리와 계약이 끝날 때 건물을 돌려받을 권리가 있다. 하지만 당사자 특정이 중요한 제소전화해는 상황이 단순하지 않다.

16일 엄정숙 부동산 전문변호사(법도 종합법률사무소)는 유튜브 채널 ‘법도TV’를 통해 “임대차계약 승계는 건물 매매가 이뤄지는 즉시 그 권한과 의무가 승계된다”면서도 “다만 제소전화해는 판결문과 같이 조서에 쓰여 진 당사자에게만 효력이 미치기 때문에 권한과 의무는 승계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따라서 제소전화해 성립을 맺은 계약 당사자가 달라졌다면 제소전화해 신청은 다시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즉 임대차계약은 새 건물주가 건물을 매수하는 순간 권한과 의무를 이어받지만, 집행력이 있는 제소전화해 조서는 그리 간단치 않다는 말.

제소전화해란 소송을 제기하기 전 화해를 한다는 뜻으로 법원에서 성립 결정을 받는 제도다. 화해조서가 성립되면 강제집행 효력을 가진다. 주로 상가임대차 관계에서 많이 활용된다. 제소전화해 전문 법률상담을 제공하는 ‘엄정숙변호사의 제소전화해’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임대차 관련 제소전화해 전화문의만 2800건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건물주가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세입자와 재계약을 맺을 때는 제소전화해 신청은 다시 해야 할까.

엄 변호사는 “재계약 시에도 건물주와 세입자가 동일하고 임차한 목적물이 같다면 제소전화해는 다시 신청할 필요가 없지만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면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 초기 임대차 계약서에 ‘계약 갱신 시에도 제소전화해 조항은 유효하다’라는 특약 사항을 넣으면 안전하다”고 말했다.

한편 새 건물주가 기존 세입자와 다시 제소전화해를 신청했지만, 조서 위반으로 강제집행 절차를 밟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전 건물주 때부터 임대료를 연체했을 경우다.

엄 변호사는 “가령 세입자가 이전 건물주 때는 2기분, 새 건물주 때는 1기분에 해당하는 임대료를 연체한 경우 새 건물주는 법이 정한대로 3기분을 연체했으므로 위반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화해 조서 위반은 한 건물주에게 3기분 이상 임대료를 연체했을 때만,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경우에는 새 건물주가 이전 건물주와 채권 양도, 양수 계약을 통해 임대료 연체에 관한 채권을 승계 받았다면 세입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문제의 세입자가 이전 건물주와 새 건물주에게 각각 3기분 이상 임대료를 연체한 사실이 없다면 책임을 물을 수 없다. 하지만 새 건물주가 이전 건물주에게 세입자의 채무를 승계받는 채권 계약을 맺었다면 새 건물주는 세입자에게 화해 조서 위반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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