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인앱 결제 강제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지난달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인기 게임 포트나이트로 유명한 세계적 게임사 에픽게임스의 최고경영자(CEO)가 한국의 이른바 '구글갑질방지법' 통과를 환영했다.

이번 결정으로 자사의 앱장터를 사용하는 플랫폼·콘텐츠 사업자에게 15~30%에 달하는 결제 수수료를 부과하는 구글과 애플은 정책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구글 인앱 결제 강제 방지법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 의원 찬성 180명·반대 0명·기권 8명(총 188명)으로 통과됐다.
지난해 7월쯤부터 잇따라 발의됐던 구글 인앱 결제 강제 방지법안은 한미 통상 마찰 우려로 지지부진했는데 결국 1년여 만에 법안이 통과됐다.

최근 미국에서도 앱장터 사업자의 인앱 결제 강제화를 막는 법안이 발의되는 등 앱장터 독과점을 견제하는 움직임이 나오면서 통상 마찰 우려를 덜었다.

인앱 결제 논란이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가운데 주요국 중 이같은 법을 통과시킨 것은 한국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 인앱 결제 강제 방지법이 통과됨에 따라 앱장터 사업자가 특정 결제 수단을 쓰도록 강제화 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법의 일부 내용은 공포 이후 6개월간 유예되지만 앱장터의 특정 결제 수단 강요 금지 부분은 법이 공포된 날부터 바로 시행하도록 명시됐다.

구글은 오는 10월부터 자사의 앱장터(구글플레이)에서 내려받은 앱에서 유료 서비스를 이용할 때 구글의 시스템을 이용해 결제하는 것을 강제할 방침이었는데 제동이 걸리게 됐다. 개별 앱 사업자의 자체 시스템으로 유료 서비스 결제를 하면 수수료가 0%인데 구글의 결제 시스템을 사용하면 15~30%의 수수료를 물어야 했다.

또 다른 거대 앱장터인 애플의 앱스토어는 이미 인앱 결제에 15~30%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마찬가지로 외부 결제 시스템도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해야 한다.

에픽게임스 CEO 팀 스위니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트위터로 구글갑질방지법이 한국 국회를 통과했다는 월스트리트(WSJ)의 기사를 인용해 "한국이 첫 오픈 플랫폼이다! 한국이 디지털 상거래 독점을 거부하고 오픈 플랫폼을 권리로 인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퍼스널 컴퓨팅 역사 45년에서 중요한 단계로 기록될 것"이라며 "쿠퍼티노에서 시작했지만 오늘날 최전선은 서울이다"고 했다. 쿠퍼티노는 애플 본사 등이 있는 캘리포니아의 실리콘밸리를 뜻한다.

특히 이어지는 트윗에서 "1963년 (존.F) 케네디 대통령이 베를린 장벽에서 말한 바와 같이 오늘날 전 세계 개발자들은 자랑스럽게 말 할 수 있다; 나는 한국인이다!(I am a Korean!)"고 했다.

앞서 지난달 31일 우리 방송통신위원회는 앱 마켓 사업자가 특정한 결제 방식을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일명 '구글 갑질방지법'이라고 불리는 법안이 일년여만에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세계 최초로 구글·애플 등 앱마켓 사업자의 횡포를 견제하는 법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이 개정안은 향후 정부로 이송돼 15일 이내에 국무회의 의결을 거친 후 공포·시행될 예정이다.

구글이 오는 10월부터 게임에만 적용하던 인앱결제 의무화를 웹툰, 음악, 영상 등 모든 디지털 콘텐츠로 확대해 결제대금의 10~30%를 수수료로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이번 법 통과로 이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외신들은 한국의 구글갑질방지법 통과를 관심 있게 보도했다. WSJ은 구글과 애플 등 거대 기술기업들의 지배력을 약화시킨 세계 최초의 법안이라고 평가하고 "구글과 애플의 수익성 높은 디지털 매출 수수료가 위협받게 됐다"며 "여러 국가에서 소송과 규제 조사에 직면하고 있다"고 전했다.

에픽게임스는 애플과 구글 인앱결제가 부당하다면서 양사에 반독점 소송을 내는 등 반발해온 기업이다.

팀 스위니 CEO 트위터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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