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최근 정체불명 남성이 출근길 젊은 여성에게 바짝 다가가 통화하는 척하며 성희롱을 일삼고 있으나 처벌 수단이 마땅치 않아 피해자들이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29일 경찰에 따르면 관악구 서울대입구역 일대에서 30대로 추정되는 남성이 출근 또는 등교하는 불특정다수 여성 뒤에 바짝 붙어 음담패설이나 성희롱적 발언을 한다는 신고가 이달 중순께 들어왔다.

이 남성은 오전 8시 20분에서 9시 사이 나타나 스마트폰을 귀에 댄 채 마치 누군가와 통화를 하는 척하며 현장에 있는 여성의 외모를 품평하거나 자신의 성경험을 늘어놓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러 차례 피해를 본 여성이 경찰에 신고했지만 아직 범인을 붙잡지는 못했다.

아침마다 이 남성과 마주칠까 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던 피해자는 여성청소년과 경찰관에게 상담까지 받았지만 정식 신고는 포기했다. 남성이 검거돼도 현행법상 미미한 처벌만 받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런 사례는 경범죄처벌법상 '불안감 조성'에 해당할 수 있지만 범칙금이 부과되는 수준에 그쳐 처벌 효과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불안감 조성 행위에 부과되는 범칙금은 5만원이다.

처벌 수위와 별개로 경찰은 남성이 상습 출몰한다는 장소 일대에 사복경찰관을 배치하고 순찰을 강화하는 등 추가 피해 방지에 나섰다.

전문가들도 이처럼 낯선 이로부터 당하는 성희롱 처벌과 관련해서는 입법 공백이 있다고 지적한다.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변호사는 "현행법상 성희롱은 업무상 관리·감독하에서 발생해야 성립하는 데다 신체 접촉 없이는 추행도 성립하지 않아 처벌이 어렵다"며""경범죄처벌법은 범칙금이 최대 10만원에 불과해 실효성이 없다"고 말했다.

2018년 8월 프랑스에서 제정된 '캣콜링(cat-calling)법'이 한국에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캣콜링법은 공공장소에서 여성에게 휘파람을 불고 추파를 던지는 등 희롱한 사람에게 90∼750유로(약 12만∼100만원)의 즉석 벌금을 부과하는 법안이다. 프랑스에서 지난 2018년 미투(Me Too) 운동과 함께 길거리 성희롱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제정이 추진됐다.

김 변호사는 "모르는 여성을 상대로 한 성희롱 범죄가 계속해서 발생하는 만큼 캣콜링법에 상응하는 법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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