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여 있으면 민족의 대 명절 추석이다. 올해 추석 연휴는 개천절과 대체공휴일 덕에 10일이나 된다. 긴 연휴로 근로자의 충분한 휴식과 내수 활성화가 기대된다.

그러나 올해 추석 일정이 유달리 운이 좋을 뿐이며 평년에는 3~4일에 불과하다. 그나마 대통령령인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따라 명절(명절 전날, 명절 당일, 명절 다음날)중 하루가 공휴일과 겹쳐야만 4일을 쉴 수 있다.

오래 전부터 상당수 국민들은 짧은 명절 기간으로 인한 문제점을 지적해왔고 해마다 들쭉날쭉해지는 명절 기간으로 인하여 야기되는 혼란도 크다. 이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나는 명절 연휴 5일 법제화를 건의한다. 즉, 현행- 명절 전 1일, 명절 당일, 명절 다음 1일인 3일 연휴 체계를 명절 전 2일, 명절 당일, 명절 다음 2일인 5일 연휴 체계로 변경하는 것이다.

명절을 늘리는 것에는 찬반양론이 첨예할 것이다.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에게 있어 ‘명절 5일제’가 효과가 클지 부작용이 클지는 처한 입장에 따라 제각각 의견이 다르겠지만, 나는 대승적으로 또 장기적으로 바라볼 때 분명 실보다는 득이, 부작용보다는 효과가 크다고 본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연휴가 늘어나면 명절 교통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신기하게 보고 느끼는 것 중 하나가 명절 전날 장시간 운전하고 고향에 와서 하룻밤만 자고 다음 날 아침 일찍 귀성하는 거란다. 고향과 가족이 도대체 무엇이건대 그 엄청난 피로를 무릅쓰고 장시간 운전하는 것이 신기하게 보였을 것이고, 명절이 짧은 고로 오자마자 바로 다음 날 떠나야 하는 한국인들이 안쓰럽게 느껴졌을 것이다.

다 알다시피 한국의 도시화비율은 90%에 달한다. 이 어마어마한 도시 거주 인구가 하루 만에 다 고향에 내려가야 하기에 원치 않는 ‘고속도로 귀향전쟁’을 치르게 된다. 전날 직장에서 채 씻기지 않은 피로를 안고 장시간 운전대를 잡아야 하고 도로는 좁고 차는 많으니 자연히 교통사고는 많이 발생한다.

게다가 짧은 명절 기간으로 인한 조급증이 발동하여 1분 1초라도 고향집에 빨리 가고픈 ‘스피드 전쟁’까지 더해지니 해마다 명절 교통사고 건수는 늘어나는 추세다. 손해보험협회와 보험개발원이 최근 3년간의 설 연휴 교통사고 발생 건수를 분석한 결과 교통사고 사상자가 설 연휴 전날은 평상시보다 22.9%, 설 당일은 평상시보다 무려 37.9%나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들이 귀경-귀성 전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고 특정의 짧은 시간대에 차량이 몰리는 것을 막을 수 있어야 사상자가 덜 발생하는데 해결책은 역시 명절을 늘리는 것 밖에 없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만큼 더 중요한 것이 있을까? 명절이 5일로 법제화되면 짜증나고 걱정스러운 명절이 아닌 행복하고 안전한 명절 연휴가 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둘째, 진정한 남녀평등이 실현되고 가족의 정이 돈독해질 수 있다. 명절이 3일밖에 안되므로 본가(시댁)와 처가(친정) 체류 중 하나를 포기하는 이들이 많다. 본가와 처가가 멀리 떨어져 있으면 더더욱 마음을 못 내게 된다.

아무래도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유교문화가 강하게 자리 잡고 있으므로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면 가급적 처가를 다음 기회로 미루게 되는데, 명절이 이틀 늘어나면 양 집안을 다 공평하게 들를 수 있어 진정한 남녀평등 실현에 도움이 될 것이다. 아울러 고향집에 머무르는 시간과 가족의 얼굴을 보는 시간이 늘어나므로 가족의 소중함을 되새기고 가족 간 정을 돈독히 할 수 있다.

핵가족화와 1인 가구의 증가로 가족의 가치와 명절의 중요성이 갈수록 퇴색되어지는 이 시기에 조상의 소중함을 기리고 가족 간의 정을 돈독히 할 수 있게끔 명절다운 명절을 보낼 수 있도록 꼭 명절 5일이 법제화되어야 한다.

셋째, 명절연휴가 늘어나면 국내 경기 활성화가 이루어진다. 명절이 늘어나면 더 쉬고 더 여행하고 더 사고 더 즐기게 된다. 요식·관광레저·문화예술업 활성화가 특히 기대된다.

명절 기간에는 대다수가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 체류하므로 잠시나마 지역 경기 활성화에 특히 일조하게 된다. 여기서 반론을 펼치는 이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명절이 늘어나면 늘어난 기간을 활용하여 해외여행으로 나서는 이들이 많아지지 않겠느냐. 고로 국내 경기 활성화에는 도움이 안 될 것이라는 반론.

명절 연휴 해외여행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고는 하나 명절 평균 출국인 수는 일 10만여 명에 불과하다. 5일로 잡아도 해외 출국인은 50만 명 정도다. 2천 8백만 귀성객 중 5~60만 명을 제외한 2740~2750만 명은 국내에서 돈을 더 쓸 준비가 얼마든지 되어 있다. 재미로 계산을 해봤다. 2750만 명 가운데 50%인 1375만 명이 이틀 동안 20만원씩 더 쓴다고 가정했을 경우 무려 2조 7천 5백만 원의 돈이 전국적으로 돌고 돌 수 있다.

연 2회 명절이므로 합 5조 5천억이다. 명절 연휴 늘어나면 제조업의 생산에 차질이 있고 그로 인해 국가경제에 해를 끼친다는 사업주들이여! 1970년대부터 일관되게 같은 주장을 해오셨지만 - 경제연구소의 각종 분석에 따르면 연휴가 늘어나면 소비도 덩달아 늘어나 결국 국내 제조업에는 실보다는 득이 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상생(相生)의 정신으로 멀리 내다보시길 바란다. 이 외 ‘명절 5일 법제화’의 당위성은 수없이 많지만 지면 사정으로 여기까지만 기술하겠다.

나는 사업주의 편도 아니고 노동자의 편도 아니다. 남자의 편도 아니고 여자의 편도 아니다. 성별과 사회적 계층, 지역을 막론한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 어떻게 실현될 수 있는지에만 목표를 두고 머리를 쥐어 짜 보았을 뿐이다. 답은 역시 명절을 5일로 법제화하는 것이다.

3만 달러에 육박하는 1인당 국민소득과 세계 11위의 경제순위를 이루기 위해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 정말 고생하고 또 고생했다. 이제 잠시 어떻게 잘 쉬고 어떻게 생산성을 높일 것인지 고민해도 된다. 한국전쟁 종전 이후 64년 동안 너무 앞만 보고 일 중심으로 달려오지 않았는가?

행복지수가 높아지는 대한민국을 만들어가기 위한 첫 번째 중점과제로 ‘공휴일 늘리기와 명절 5일 법제화’에 정부와 정치권이 좀 더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참고로 우리나라 근로자의 연 평균 노동시간은 2113시간이며 이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34개국 중 상위 2위다.
회원국 평균인 1766시간보다는 347시간이나 더 일하는 셈이다. 명절 이틀씩 늘려 연 4일 더 쉰다고 해도 여전히 평균보다 315시간을 초과한다. (1일 8시간 기준*4=32시간. 347-32=315)

안상현-전 한국어 교사/ 현 범죄예방 봉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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