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봉된 영화 “더 플랜”에서 제기한 제18대 대통령선거의 개표 부정의혹, 제19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일에 벌어진 “두 종류의 투표용지 발견”이라는 가짜 뉴스를 보면서 두 가지 감정이 교차했다.

"정치 참여와 관심도 제고"라는 뿌듯함과 "토론이 불가능한 닫힌 사회로의 회귀"라는 불안감이었다.

사회철학자 칼 포퍼가 집필한 저서 ‘열린사회와 그 적들’에서는 전체주의를 비판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옹호한다. 이 책에서 칼 포퍼는 ‘열린 사회’를 인류가 공존할 수 있는 유일한 사회라고 주장하고, 열린 사회를 만들 수 있는 방법으로 자유로운 토론과 비판을 통한 점진적 개선을 제시했다.

그런데 최근 포털 사이트의 선거관련 댓글이나 SNS를 보면 과연 우리나라에서 자유로운 토론과 비판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 일명 찌라시라 일컬어지는 가짜뉴스가 망령처럼 떠돌아 다니고 그에 대한 댓글이 또다른 찌라시를 양성하고 더욱 자극적인 제목과 내용으로 각종 메신저를 통해 순식간에 퍼져 나간다.

진실은 외면된 채 자신들이 보고 싶은 대로, 믿고 싶은 대로만 진실이 확정되어 버리고 하나의 음모론을 만들게 된다. 해당 기관에서 근거를 제시하여 보도 자료나 해명자료를 제시해도 또 다른 의혹만 제기할 뿐이다.

물론 합리적인 비판과 문제 제기는 오류 가능성을 줄이고 소통과 타협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중요한 바탕이 된다. 그러나 음모론은 대화와 타협이 통하지 않는, 그들이 주장하는 것 이외에는 어떠한 것도 받아 들일 수 없는 관용이 없는 칼 포퍼가 경계하는 또 다른 “전체주의”를 만들어 낼 뿐이다.

국민들의 선거관리에 끊임없는 비판과 감독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책임감과 균형감각을 상실한 감시는 시민사회의 역할과 영역을 축소시킬 뿐이다.

최근 벌어진 선거관리위원회 직원에 대한 모 시민단체 회원의 폭행 사건에 대한 뉴스와 댓글들을 보면서 폭력에 대한 옹호 댓글이 제법 달려 있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공무원이 정당한 선거관리 업무 과정중에 시민단체의 불법적인 촬영에 대하여 항의하는 과정에서 폭력을 행사한 것은 어떠한 논리로도 설명이 되지 않는다. 폭력을 동반하지 않았더라도 초상권 침해 등 각종 인권 침해의 소지까지 있는 사건이다.

부디 이번 제19대 대통령선거가 사회 갈등을 통합하고 건강한 토론문화를 정착시키는 계기가 되어 소수의 음모론자들이 혹세무민하는 닫힌 사회로 후퇴하질 않기를 기원해 본다.

부산시선거관리위원회 한호준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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